우리의 삶에서 가까운 누군가가 자살을 시도했다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자살을 시도한 당사자 못지 않게 주변 사람들 역시 크게 상처를 받게 되고, 그들의 연인, 배우자, 소중한 지인들의 경우 그들의 행동에 원망을 느낄 수도,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돕고 싶지만, 사실 그들을 돕기 위해서 진정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어렵고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극복해나가는데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한민국은 15년 연속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가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살 생각, 자살 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법을 잘 모르며 배운 적이 없습니다. 잘 모르기 떄문에 우리는 자살 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게 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자살은 여전히 낙인 찍힌 주제이며 당연히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힘들고 어려운,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의 자살 생각, 자살 시도를 외면하고 모른 척하는 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한계와 그 감정의 불편함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자살 시도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 주거나 고통을 덜어줄 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겪고 있는 일을 판단 없이 들어주고, 기대어 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줄 수는 있습니다.
또 이때 중요한 것은 나의 역할과 한계를 알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훈련된 정신 건강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의 역할을 맡는 것은 당신의 책임이 아닙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 중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돕는 데 있어 당신이 충분히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을 이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과 연결해 주는 것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들과 함께 있어줄 수는 있지만 당신이 그들을 치료하거나 그들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줄 수는 없습니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말 당신의 연인, 배우자, 자녀, 소중한 친구가 자살 시도를 했다면...당신은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수많은 자살 생존자들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가장 도움이 되었던 말 TOP5를 꼽아보았습니다. “너가 살아있어줘서, 여기에 나와 함께 있어줘서 정말 기뻐(다행이야)” 이 말은 그들이 사랑받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부재(죽음)으로 인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해줍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들 주변에 그들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혼자', '쓸모 없고 가치 없는 존재', '내가 사라져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강하게 그걸 믿고 있다 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계속해서 말해주는 것이 필요니다. "내가 너의 문제를 다 해결해줄 수 없다는 건 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방법을 다해서 너를 도울 거고, 끝까지 너와 함께 할거야." 다른 사람의 문제를 내가 직접 해결해주려고 하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니며 장기적으로도 그 사람의 정신건강이나 관계에도 효과적이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가능한 한 빨리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싶기 때문에 어떻게든 당장 문제를 직접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내가 너 대신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고 선언하거나 나서는 것은 건강한 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만 곁에 함께 있어주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도움이 되는 일 중 하나는 그 사람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는 동안 지원의 원천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 무슨 생각해? (지금 어떤 기분인지 이야기해줄 수 있어?)" 자살을 시도한 그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나누고는 싶지만 때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시작하는 방법을 모를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나의 힘든 감정을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까, 상대방을 또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라는 걱정도 큽니다. "기분이 어떤 지 말해줄 수 있어?" 또는 "요즘은 무슨 생각을 많이 해? 궁금해~ 듣고 싶어."와 같은 간단한 질문으로 먼저 그들의 마음을 물어봐주세요.
"당신이 말할 준비가 되면 언제든 들어주려고 여기 있어요." 때때로 가장 도움이 되는 말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 입니다. 그 사람이 와서 자살 시도에 대해 이야기할 준비가 되었을 때, 말할 수 있도록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을 제공해주세요. “다시 시도할 생각을 하고 있니? 구체적으로 계획이 있어?” 완전한 자살 성공의 가장 큰 위험 요소 중 하나는 이전의 자살 시도입니다. 한 번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은 또 다시 자살시도를 할 확률이 8배 이상 높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현재 생각하는 것과 자살시도 이후에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직면해 이야기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또 다른 시도를 고민하고 있다면 그들의 계획이 무엇인지, 위험 요소를 완화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여기엔 그들의 집에서 위험할 수 있는 자살 수단을 제거하거나, 그들과 24시간 내내 함께 있어주거나, 그들과 함께 안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자살 충동을 느낄 때 누구에게 연락할 지, 어떻게 행동할 지 등) 그 중 좋은 방법은 또다시 심각한 자살 충동이 느껴지면 그때에는 바로 119에 전화해 응급실로 가는 행동 수칙을 약속하는 것입니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 그들을 직접, 가까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이겠지만, 그들과 아주 가까운 사람(애인, 배우자, 자녀, 부모 등)이라면 그들이 나를 놔두고(혹은 버리고), 자살을 시도한 것에 대해 너무 복합적인 감정(원망, 배신감, 분노, 억울함, 미안함, 죄책감 등)이 들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내뱉어버릴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에 소중한 사람의 한 마디는, 평생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또 다시 자살을 결심하게 만들 수도 있는 비수가 될 수 있으므로 절대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네가 왜 그랬는지 알아야겠어. 대체 왜 그랬어?"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납득할만한 이유와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누적되고, 복합적이죠.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또는 그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아무도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삶과 마음이 함부로 판단되고 오해될 것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이 왜 그렇게 했는지 이유를 알기를 요구하기보다는, 대신에 그들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것들이 그들을 힘들 게 하는 지 부드럽게 물어보세요.
"어떻게 나(우리)에게 이럴 수 있니?" 사랑하는 사람의 자살 시도는 죄책감 뿐만 아니라, 자살을 시도한 사람에 대한 분노, 원망, 상처 및 혼란을 포함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끼도록 질문을 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감정은 그들을 더 고립시킬 수 있으며, 이는 우리가 자살 시도 후 누군가에게 듣고 싶은 말과는 정 반대의 말이 될 수 있습니다. 자살을 시도한 상대가 배우자, 연인이라면 그 상대에 대해 무책임함, 배신감, 무력감 등이 드는 것은 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상대에게 직접 이 마음을 표현하는 것 대신, 반드시 상담사와 상담을 통해 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털어놓고 해소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절대 혼자 이 감정을 꾹 눌러 담아놓고 있지 마세요! "넌 매번 끝까지 이렇게 이기적이니?" 이 말은 그 사람의 감정에서 완전히 벗어나, 온전히 내 감정에만 포커스했기에 나올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내가 느끼는 나의 감정이기에 틀린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살을 시도한 사람과 대화할 때는 잠시 그 분노를 제쳐두고(이 마음은 상담사와 해결), 그들이 부끄러움과 죄책감 대신 우리로부터 지지와 사랑을 느끼도록 도와야 합니다.
"왜 나한테 도움을 청하지 않았어? 나한테 연락하지 그랬어"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도움을 구하려고 시도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거나 너무 절망적이어서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았거나 아무도 도울 수 없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이 일어난 뒤 책임을 그 사람에게 또 돌리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거야." 이와 같이 지나치게 단순히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무효화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나 편하자고, 그 사람의 고통을 축소시키지 마세요. "이 또한 실패했네. 죽는 것도 어려운 거야" 살아 있다는 것이 '(죽는 것조차 실패한) 인생의 또 하나의 실패'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말을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작고 소소한 것이라도 그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해주세요.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고 향후 또 다시 자살을 시도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그들에게 당신이 그들이 살아있어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판단 없이 그들의 말을 경청하며 당신의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는 말이 쉽지, 만성 우울증과 끊임없이 '죽고 싶다'고 말하는 가족에게 항상 긍정정인 에너지를 주기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나도 연약한 인간이고, 나도 내 가족에게 내 힘든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가족들은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그들이 더 우울해질까봐, 또 다시 죽어야겠다고 결심할까봐 내 부정적인 감정은 절대로 이야기하지를 못합니다. 그렇게 점점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닌, 주기만 하는 일방적인 관계가 되어버리고 그러다보면 관계에 회의감을 느끼고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의 자살 시도로 인한 감정적 여파를 헤쳐 나갈 때 나를 위해 전문적인 상담을 몇 회라도 꼭 받도록 권장합니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이 '혼자가 아니다'라는 걸 당신이 느끼게 해주듯이, 당신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지지자, 지원자들이 꼭 필요합니다. 사랑하는 사람, 가족이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에 가봤거나, 119에 신고를 해서 구급대원과 경찰들이 출동을 했었거나, 며칠 동안 연락이 안되 발을 동동 굴렀던 경험이 있던 분들은 그 어렵고 복합적인 심정을 다들 공감하실 것입니다. 이는 상대방의 삶 뿐 아니라, 내게도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는 사건이며, 상처입니다. 절대 혼자 감당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함께 나누고, 도움을 구하고, 당신과 그의 관계를 판단하지 않고, 지지해줄 누군가와 한동안 계속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꼭 사설 심리상담센터의 비싼 상담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힘든 감정이 불쑥 불쑥 훅 올라올 때마다 한국 생명의 전화 1588-9191,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에 전화해 마음을 털어놓으세요. 물론, 통화자들이 많아 바로 연결이 안 될 때도 있고, 또 아직 경험과 훈련이 덜 된 상담사와 매칭이 되 전화를 하는 동안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정말 숙련되고 탁월한 상담사들도 많이 있다는 걸 제 경험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몇 년전 50분 간의 한 상담사 분과의 전화 상담이 얼마나 불안에 떨던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구체적인 대처 전략까지 배울 수 있었는지요... 전화 상담은 무료이니, 도움이 되는 상담사를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 번 시도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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